소문에 남궁세가 다음은 와룡장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렇게 됐다.
어느 정도 예견하던 일이지만 막상 실제로 벌어지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때 점소이가 다가왔다.
“손님들, 빈자리가 나왔습니다요. 이리 오시지요.”
연적하와 심양각은 점소이가 안내해 주는 자리에 앉아 간단한 요리를 주문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오자 두 사람은 조용히 먹었다.
심양각은 먹으면서 연신 연적하의 얼굴을 살폈다.
와룡장 소식을 들어서인지 먹는 게 시원치 않았다.
그도 연적하가 와룡장에 어떤 감정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다. 폐인 생활을 할 때 오봉십걸들에게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어서다.
결국 보다 못한 그는 넌지시 운을 뗐다.
“공자님, 마음이 불편하시면 청운관을 도와주고 가는 건 어떻습니까?”
“홍방에 물을 먹이자는 거야?”
“그렇게라도 기분을 풀고 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됐어. 홍방이 나한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연적하의 대인배스러운 모습에 심양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은 엉뚱한 데서 터졌다.
만강홍에는 여러 부류의 낭인들이 모여 있다.
이춘과 왕진청처럼 청운관에 가려는 사람도 있지만 남양상방을 도우려는 사람도 있었다. 서갑과 홍문관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연적하의 허리춤에 걸린 검을 유심히 바라보던 서갑이 동료에게 속삭였다.
“홍 형, 저 검 집 말야.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스타베팅의 말에 홍문관이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옆자리에 앉은 소년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고풍스러운 검이 보였다.
확실히 검 집에 새겨진 용 문양이 낯설지 않다.
‘응? 저건…….’
낙양에서 온 서갑과 홍문관은 남양상방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낙양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청운관으로 기운 걸 생각하면 의외의 선택이다.
사실 그들도 최근 서갑이 얻은 정보가 아니었다면 청운관으로 갔을 것이다.
홍문관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낙양에서 상방 주위를 기웃거리다가 와룡장 무사들과 만난 적이 있다.
저건 분명 와룡장의 연씨들이 들고 다니던 검이다.
그는 이미 남양상방으로 뜻을 정한 터라 피아(彼我)의 구분이 분명했다.
“흐흐, 서 형. 어디서 봤는지 잘 생각해 봐. 주제도 모르고 용 문양을 쓰는 무가야 뻔하잖아.”
조롱 섞인 그의 말에 잠시 뭔가 생각하던 서갑이 탁자를 가볍게 쳤다.
“아하! 와룡장! 대가리 수 믿고 나대다가 월하선자를 보자마자 내뺐다는 그 얼뜨기들?”
서갑의 목소리가 조금 높았기에 주변이 잠잠해졌다.
낭인이 몸값을 올리는 것은 간단하다.